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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 동네의 김밥천국

폰드리 2021. 11. 27. 12:28

3년 만에 처음으로 김밥천국에 가봤다. 음식을 주문하고 나오기까지 그 곳에 있는 15분이 지옥같았다. 그 짧은 시간에 바로 옆에는 남보다 못한 사이처럼 차갑게 아들을 대하는 엄마, 어린 아들과 (늙어보이는)부부, 손님 뒷담화를 대놓고 하는 개념없는 가게 종업원들까지.. 너무 괴로워서 먹다남기고 나왔다.

가족끼리 주말 점심시간에 김밥천국 와서 밥을 먹는다? 도시 프롤레타리아의 전형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엄마는 아들이 밥을 다 먹기 전에 나와서 사라졌고, 어린 아이가 시킨 음식을 다 안 먹는다고 괜히 시켰다면서 부부끼리 싸운다.
그 와중에 아이는 식당에서 큰 소리로 말하며 떽떽거리고 엄마는 짜증을 내며 아이를 훈육한다. 엄마-아들이 나가자마자 식당 종업원들은 방금 봤어? 둘이 무슨 사이래. 아들한테 어쩜 저렇게 냉해 등 바로 옆에서 밥먹는 다른 손님 신경 안 쓰고 뒷담화.. 혼자와서 그냥 밥먹는 사람은 나랑 다른 학생 하나였다.



삶의 동기가 부족할 때, 못 사는 동네 김밥천국에 가라.


중요한 자격증 시험 전날에 스터디 카페에서 내내 공부를 하느라 밥먹을 시간이 부족했다. 오랜만에 김밥천국가서 빨리 먹고 나올 생각으로 들어갔는데..

더욱 삶을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재개발 지역. 너무 낙후된 지역과 이제 막 새로 지은 20억원이 훌쩍 넘는 고가의 아파트 단지가 공존하는 이상한 곳. 여기서는 정말 다양한 인간군상을 볼 수 있다. 변동폭도 크고 분포도 넓다.

크게 달라보이나 한끗 차이일 것이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학생 때 내가 가장 자주 가던 곳은 김밥천국이었으니까..(용돈이 없으니)

만약 인생 살아가는데 그냥 막 살고싶다, 어떻게든 될대로 되겠지. 하는 사람이 있다면 거기서 김밥 한줄 먹고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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